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재점화되며 국제유가와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장 초반 저가 매수세로 낙폭 축소를 시도하던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4조 원에 달하는 합작 매도 폭탄을 이겨내지 못하고 6500선 중반까지 가파르게 밀려났다.
9월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3.08포인트(3.99%) 급락한 6562.72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전 거래일보다 210.33포인트(3.08%) 밀린 6625.47로 출발하며 출발선부터 취약성을 드러냈다. 장 초반 개미들의 저가 매수세와 자사주 매입 효과로 낙폭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글로벌 긴축 장기화 공포와 중동발 원유 공급 쇼크가 증시 전반을 짓누르며 하락 폭을 키웠다.
■ 개인 2조3000억 '나홀로 방어'…외인·기관 3조 9500억 매도 폭탄에 무릎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메크로 불확실성에 질겁한 '큰손'들의 이탈이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하루 동안 1조909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기관 역시 2조43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다. 두 주체가 쏟아낸 순매도 총액만 약 3조9528억원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급락을 틈타 2조3023억원을 순매수하며 공격적인 '물타기'와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지수 상단을 짓누른 글로벌 리스크 회피 매물 폭탄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밤 미국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시설을 추가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 공세를 예고하면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점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됐다는 진단이다.
■ 코스피 시총 10종목 전멸…반도체·자동차·배터리 줄하락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쏟아지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모두에 파란불(하락)이 켜졌다. 지수를 지탱하던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등 국내 주력 제조업이 총체적 조정을 겪었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02% 하락했으며, 글로벌 AI 반도체 훈풍을 주도하던 SK하이닉스도 4.73% 내리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반도체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는 7.97% 폭락하며 시총 상위주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2차전지와 완성차 업종의 낙폭도 컸다. 현대차가 5.62% 급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5.31% 밀려났다.
이밖에 삼성물산(-4.48%), 삼성전자우(-2.52%), 삼성전기(-2.10%), 삼성바이오로직스(-1.25%)가 하락 마감했다. 장중 상승세를 유지하며 하락장 방어주 역할을 하던 금융 대장주 KB금융마저 장 후반 1.23% 하락으로 돌아서며 10대 대형주 전원이 약세 마감했다.
■ 코스닥도 기관 2300억 매도에 800선 턱걸이…2차전지주 6~7% 급락
코스닥 시장 역시 기술주와 성장주에 집중된 기관의 거센 매도세를 견디지 못하고 2% 넘게 밀려났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27포인트(2.10%) 하락한 803.98로 장을 닫았다. 전장 대비 18.45포인트(2.25%) 내린 802.80으로 출발한 뒤 장중 800선 붕괴 위협을 받았으나, 개인과 외인의 동반 매수로 가까스로 800선을 지켜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이 232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홀로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728억원, 61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하방을 받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2차전지 양극재 형제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에코프로비엠이 7.06% 폭락했고 에코프로 역시 5.96% 주저앉으며 지수에 치명타를 입혔다.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2.89%), 바이오 시총 상위인 HLB(-2.06%), 알테오젠(-0.83%), 반도체 부품주 리노공업(-1.68%), 심텍(-1.75%), 원익IPS(-0.27%) 등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극심한 하락장 속에서도 반도체 장비주인 이오테크닉스(2.03%)와 주성엔지니어링(0.40%)은 기술 경쟁력과 개별 수주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 마감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냈다.
■ "유가·금리 안정 전까지 변동성 불가피… 방어주 위주 보수적 대응 필요"
증권가에서는 중동 무력 충돌의 확전 여부와 이에 연동된 국제유가, 미국의 국채금리 안정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전략 전문가는 "원유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WTI 급등은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미국의 장기채 금리 급등은 고밸류에이션 성장주에 심각한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당분간 지수 전반의 V자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안보 정세의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배당주나 실적 방어력이 입증된 방어 업종 위주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