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외국인,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까지 일제히 '팔자'에 나서는 이례적인 '3대 수급 공백' 사태를 맞았다.
장 초반 지수가 급락하며 변동성을 키웠으나,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기타법인의 대규모 순매수세가 하단을 떠받치며 코스피는 680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반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재했던 코스닥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밀리며 1.5% 넘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 중심의 기타법인 수급이 단기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으나, 박스권 돌파를 위해서는 기업 펀더멘털 개선과 자산 효율성에 기반한 실적 반등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 외인·기관·개인 '트리플 매도'…기타법인 1.6조가 틀어막았다
9월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3%(15.70포인트) 상승한 6835.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6600선에서 6900선까지 단기 급반등한 뒤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던 코스피는 이번 주 들어 6800선 안팎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수급 쏠림과 불균형'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투자 주체 3곳이 일제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 4900억원 순매도, △기관: 6300억원 순매도, △개인: 5300억원 순매도
이들이 쏟아낸 1조6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사실상 '기타법인' 단일 주체가 모두 받아냈다. 기타법인은 이날 하루에만 약 1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의 급격한 하락을 방어했다. 통상 기타법인의 대규모 순매수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신탁 계약 집행, 기업 간 전략적 지분 매입 등에서 비롯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3대 투자 주체의 동반 매도세로 낙폭이 확대됐으나, 자사주 매입을 필두로 한 기타법인이 강력한 하단 지지선을 구축했다"며 "장 후반으로 갈수록 매도세가 점차 둔화되고 주요 대형주의 펀더멘털이 부각되면서 저점을 높여 상승 마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 대형 반도체·금융주 '빨간불'…코스닥은 2차전지·바이오 약세에 1.5% 급락
수급 공방 속에서도 대형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펼쳐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38% 오른 2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14% 상승한 169만3000원을 기록하며 지수 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우와 SK스퀘어 등 지배구조 및 반도체 밸류체인 관련 종목들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지주·금융·바이오 대표주와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는 신한지주, 기아 등도 상승 대열에 합류하며 지수 방어에 힘을 보탰다.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6%(13.01포인트) 하락한 821.25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14억원, 274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이 홀로 433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목별로는 알테오젠을 비롯해 2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종목인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등 시총 상위권 종목들도 일제히 파란불을 켜며 코스닥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 "금리 변동기엔 ROA 주목"…진짜 '알짜 ROE' 갖춘 기업에 주목해야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6800선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와 금리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선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단순한 부채 레버리지가 아닌, 실질적인 자산 운용 효율성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ROE(Return on Equity)는 자기자본 대비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ROA(Return on Assets)는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 대비 순이익률을 뜻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신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거나, 금리 동결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던 업종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과거 고금리 환경에서 승리한 기업들은 부채를 늘려 억지로 ROE를 끌어올리는 '재무 레버리지'에 의존하지 않고, 본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총자산이익률(ROA) 자체를 상승시킴으로써 순수하게 ROE를 개선했다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기타법인의 수급 방어력이 지수 하단을 지켜주는 동안, 투자자들은 부채 비율이 낮고 자산 회전율과 마진율을 높여 실질적인 ROA·ROE 성장을 증명하는 실적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