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총 18조724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오랜 기간 관행으로 굳어진 소액 분배식 보조금 사업을 단호히 쳐내고, 딥테크 창업과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꿀 핵심 분야로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본예산(16조5233억원) 대비 9.4%(1조5491억원) 증액한 18조724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수립하여 오는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창업부터 성장, 도약, 재도전에 이르는 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사다리를 다지는 동시에,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의 복지·안전망 체계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점이 핵심이다.
◇ 벤처투자 '가뭄 해소'…모태펀드 1.3조 역대 최대 투입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벤처투자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출자 예산의 대폭 확대다. 올해 8200억원 수준이었던 모태펀드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0억원으로 대폭 증액 편성됐다. 고금리와 유동성 축소로 위축된 민간 투자 시장에 정책 자금을 대거 공급해 혁신 스타트업의 자금 가뭄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초기 창업가를 육성하는 '모두의 창업' 플랫폼 예산은 4411억원으로 배정되어 지원 대상이 2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단계별 사업화 자금 지원 금액 역시 평균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역 거점 스타트업을 기르기 위한 '지역창업패키지'에는 1700억원이 새로 편성되어 지역 이전 기업 등에 최대 5억 원의 사업화 및 정착 자금을 지원한다. 딥테크 특화 창업중심대학 확대에도 1083억원이 투입된다.
실패 후 재도전을 돕는 '안전망' 예산도 한층 두터워졌다. 실패 원인 분석과 심리 치료, 보육을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학교'에 595억원이 신설됐으며, 성공적인 재기 사례 기업을 선발·격려하는 '재도전 응원 프로젝트'에는 334억원이 배정됐다. 기존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도 469억원으로 확충됐다.
◇ 딥테크·AI·신성장 동력 집중…기술보호 신문고 고도화
미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도 한 단계 격상됐다. 신안보, 기후테크, 제약바이오, K-소비재 등 4대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300개사를 발굴해 패키지로 지원하는 신규 사업에 100억원이 투입되며, 이들 기업의 기술 사업화를 돕는 전용 패키지 예산으로 540억원이 배정됐다. 미국 인큐텔(In-Q-Tel)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정부가 신안보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안보전문투자기관' 설립 예산 38억원도 포함됐다.
대·중견기업 및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543억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프로그램 예산도 600억원으로 확충됐다.
제조 현장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피지컬 AI 실증 사업'(1728억원), AI 중심 스마트공장 보급(4682억원), 제조 AI 전문인력 양성(284억원) 등 다각도의 AI 지원책이 신설 및 확대됐다. 연구개발(R&D) 부문 예산 역시 4대 신성장 분야와 3대 메가프로젝트에 집중 투자되어 총 2조5537억원으로 짜였다.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악재인 기술탈취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예산도 반영됐다. 범부처 기술탈취 신문고 고도화 및 전문가 컨설팅, 보안 인프라 구축 등 맞춤형 역량 강화 패키지 사업에 247억원이 투자된다.
◇ 정책자금 '이차보전' 대전환…소상공인 건강·안전망 대폭 강화
유망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리는 '점프업 프로그램' 예산은 올해 595억원에서 내년 164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수출 지원 체계도 대수술을 거쳐 진입장벽을 허무는 '수출기반바우처'와 맞춤형 '수출성장패키지'로 개편되었으며, 예산 규모는 3137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가장 큰 변화가 감지되는 영역은 금융 지원 방식이다. 정책자금 체계를 직접 대출 위주에서 민간 은행 대출의 이자를 보전해 주는 '민간 이차보전' 구조로 대폭 전환한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경우 4조4000억원의 직접 융자 외에 1조원 규모의 이차보전을 새로 도입하여 총 5조4000억원의 자금 공급 효과를 노린다. 소상공인 자금 역시 기존 1조 2200억원 규모의 일반경영안정자금을 2조원 규모의 대출 이차보전 지원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재정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소상공인 복지 지원은 한층 세밀해졌다. 생업에 쫓겨 건강관리를 못 하던 소상공인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때 휴업 비용과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급하는 사업을 신설해 2050억원을 배정했다. 창업 5년 미만 청년 소상공인의 경영 위기 시 휴·폐업 및 재기 과정을 보장하는 맞춤형 정책보험(300억원)과 전통시장 안전관리 패키지(562억원)도 새롭게 추진된다. 폐업 전후의 재기를 지원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은 3153억원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민간 배달플랫폼의 독과점 견제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완화를 목표로 '상생배달앱' 지원에 124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노용석 중기부 1차관은 "2027년 예산안은 기존의 지원 사업들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여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물"이라며 "과거와 같은 단순 소액 뿌려주기식 일회성 지원은 철저히 차단하고,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실질적인 성장판을 마련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 모든 정책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