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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7 (월)

[기획] "원전보다 싫다" 美 뒤흔든 데이터센터 공포

갤럽 조사 주민 71% 반대…전기료 폭탄·물 부족 우려
오픈AI 채용 설명회에도 시위…빅테크 불신 눈덩이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인공지능(AI) 혁명의 심장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추앙받던 'AI 데이터센터(IDC)'가 미국 전역에서 가장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해 24시간 가동되는 거대한 '전기·물 먹는 하마'가 서민들의 전기요금을 밀어 올리고 지역 수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다.

 

특히 2026년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당파를 초월한 최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함에 따라,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로드맵 전체가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 "방사능보다 AI가 더 무섭다?"…데이터센터 반대 71%, 원전(53%) 압도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무려 71%가 거주 지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동일한 조사 문항에서 전통적인 기피 시설의 대명사인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비율이 5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감이 무려 18%포인트(p)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최근 추적 조사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은 불과 4개월 사이 49%에서 61%로 12%p나 수직 상승했다.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핵심 이유는 '체감형 생활 위협'이다.

 

- 전력망 과부하 및 전기료 인상 : 고밀도 엔비디아 GPU 서버 수십만 대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전체에 맞먹는 전력을 소모한다. 전력망 보강 비용이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된다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
- 막대한 냉각 용수 고갈 : 기화열을 이용한 냉각 시스템이 하루 수백만 갤런의 지하수와 상수도를 흡수해 지역 농업과 식수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
- 저주파 소음과 환경 파괴 : 냉각 팬과 수배전 설비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소음과 열섬 현상이 주거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이미지 위기에 직면한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지역사회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AI는 조지아주 핑엄 카운티 등지에서 주민 오픈하우스를 열고 채용 상담과 상생 기금 투입을 약속했으나, 행사장 밖에서는 주민들의 성난 피켓 시위가 이어지며 차가운 민심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 "좌우가 없다"…2026 美 중간선거 판세 뒤흔드는 '초당적 타깃'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은 2026년 미국 중간선거의 승패를 가를 최대 격전 이슈로 폭발했다. 과거 데이터센터 규제가 환경 이슈와 빅테크 규제를 앞세운 민주당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공화당 텃밭과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전역에서 여야를 막론한 '데이터센터 때리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셰로드 브라운 후보가 공화당 존 허스티드 의원을 겨냥해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오하이오 주민을 상대로 한 완전한 사기"로 규정하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융단폭격 광고를 쏟아붓고 있다.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는 허스티드 의원이 데이터센터 프레임에 갇혀 낙선 위기에 처했다는 긴급 메모를 작성하고 자금 지원을 호소하는 처지다.

 

플로리다주 주지사 선거 역시 공화당 바이런 도널즈 후보가 "전기세를 올리는 데이터센터로부터 플로리다를 지키겠다"며 200만 달러 상당의 반대 광고를 집행하자, 민주당 데이비드 졸리 후보는 "우리 동네에 범죄나 데이터센터는 절대 안 된다"며 즉각적인 건설 중단을 맞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애나 그린버그는 "데이터센터 반대는 지극히 유기적이고 상향식(Bottom-up)인 대중 운동"이라며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 형태의 데이터센터가 억만장자와 빅테크를 향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그대로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고 분석했다.

 

■ 친기업 주지사들도 '급선회'…신속 인허가 박탈·1년 유예 빗장

 

성난 표심 앞에서 빅테크 유치에 열을 올리던 주지사들도 줄줄이 등을 돌리고 있다.

 

아마존의 200억 달러(약 27조원) 투자를 성과로 자랑했던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는 모든 AI 데이터센터를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에서 전면 제외하고, 전력망 증설 비용을 개발사가 100% 부담하도록 하는 고강도 가드레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구글의 400억 달러(약 53조원) 유치를 치하했던 공화당 그렉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신청 중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수 감사를 지지하며 세금 감면 혜택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뉴욕주는 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 프로젝트 전체에 대해 1년간 주 전역에 걸친 '전면 유예(Moratorium)' 조치를 전격 발동했다.

 

미시간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마저 데이터센터 개발 일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I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 전폭 지지를 선언하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풀뿌리 지역 유권자들의 생활비 부담과 생활권 침해 분노 앞에서는 집권 여당의 중앙 당론조차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론이 특정 산업과 결합해 의회 권력이 교체됐던 '2006년 중간선거의 데자뷔'로 평가하고 있다.

 

■ "수조 원 투자해도 고용은 수십 명"…'무늬만 경제효과'가 부른 참극

 

빅테크를 향한 대중의 배신감이 극에 달한 근본적 배경에는 '극단적인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토지 매입, 최첨단 GPU 서버, 전력·냉각 설비 구축에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지만, 시공이 끝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상주하는 고용 인원은 보안·유지보수 요원 등 수십 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오피스나 제조업 공장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거나 주변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눈에는 "막대한 전기와 물을 축내며 주민들의 세금과 공공요금 부담만 가중시키고,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AI 수익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독식하는 불공정한 구조"로 각인된 것이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사태는 거대한 화약고"라며 "AI 산업계가 대중과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직격했다. 공화당 전략가 라이언 제임스 기르더스키 역시 "빅테크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 '물리적 인프라의 덫'에 걸린 AI 패권 경쟁

 

미국 전역을 강타한 데이터센터 엑소더스와 규제 폭풍은 단순한 환경 민원을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지형을 뒤흔들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과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건립이 인허가와 주민 반발에 가로막히면 컴퓨팅 파워 확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불도저식 확장'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 에너지 및 인프라 비용의 완전한 내부화 : 데이터센터로 인해 발생하는 송배전망 신설 및 발전소 확충 비용을 기업이 전액 부담하고, 이를 지역 주민의 전기요금 인하 재원으로 환원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 냉각 기술의 혁신적 전환 : 막대한 수자원을 낭비하는 전통적 수랭식·공랭식을 벗어나, 물 소비를 사실상 제로화하는 차세대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

 

- 실질적 이익 공유 모델 구축 :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함께 짓거나 폐열을 지역 농가 및 난방으로 공급하고, AI 교육 인프라 지원 등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상생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AI라는 가상세계의 혁신이 실물세계의 가장 기본적 자원인 전기·물·주거권과 정면 충돌하고 있는 2026년의 미국. 유권자들의 거센 반란과 정치권의 규제 칼날 앞에서, 빅테크가 과연 어떤 사회적 해법을 제시하며 '물리적 인프라의 덫'을 빠져나올지 전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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