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이커머스 절대강자 쿠팡과 유통업계의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면충돌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간 대기업집단 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 지연이나 비협조 논란은 종종 있었으나, 피조사 기업이 법 적용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조사관들의 진입 자체를 막아선 것은 공정위 출범 이래 처음이다. 최저가 맞춤형 쿠폰의 '갑질 의혹'에서 출발한 이번 사안은 행정조사의 법적 한계와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사법적 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 사태의 발단 :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 떠넘기기 의혹
공정위는 지난 8월19일부터 28일까지 쿠팡 본사를 상대로 대규모 현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핵심 조사 대상은 쿠팡이 운영하는 ‘가격 맞춤형 쿠폰’ 시스템이었다.
- 시스템 구조 : 타 온라인몰에서 동일 상품이 더 싸게 판매될 경우 쿠팡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할인 쿠폰을 적용해 소비자 결제액을 최저가 수준으로 맞추는 장치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의 '최저가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한 쿠폰의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입점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된 '부당한 경제적 이익 요구' 및 '판촉비용 전가' 혐의에 해당한다.
■ 쿠팡 "조사 7일 전 사전통지 없었다"… 초유의 현장 거부와 소송
하지만 조사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19일 조사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쿠팡 측은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응하지 않았고, 21일에는 서울행정법원에 공정위의 현장조사 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공정위는 24일 현장에서 철수했다.
쿠팡이 내세운 법적 근거는 행정조사기본법이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때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서면 통지해야 한다. 쿠팡 측은 "사전통지 의무는 피조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적법 절차"라며 공정위가 사전 통지 없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것은 위법하다고 맞서고 있다.
■ 핵심 쟁점 : 2012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 공백
이번 충돌의 이면에는 법률 간의 사각지대가 자리하고 있다.
| 구분 | 행정조사기본법상 예외 적용 법률 (사전통지 면제) | 사전통지 예외 미포함 법률 |
| 해당법률 |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8개 법률 |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
| 발생배경 | 2007년 행정조사기본법 제정 당시 목록화 |
각각 2012년, 2015년 신설, 예외 목록에 미반영 |
| 쿠팡의 논리 |
대규모유통업법은 법령상 예외 조항이 아니므로 원칙대로 7일 전 사전통지 필수 |
|
| 공정위 논리 |
행정조사기본법상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되는 긴급한 경우 사전통지 생략 가능 |
공정위는 "가격 할인 및 정산 데이터는 디지털 전산망을 통해 손쉽게 삭제·수정될 수 있어 사전에 알릴 경우 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적법한 무통보 조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 합동조사 등 정부 조사에 성실히 응해왔으며 무차별적인 증거인멸 프레임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 '지연 제출'에서 '전면 거부'로…극단으로 치닫는 대립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쿠팡의 비협조 관행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실제 쿠팡은 올해 1월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대기업집단 현장조사 당시에도 담당자 부재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미뤄 조사가 일주일 연장되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자료 쪼개기 제출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조사관 진입 자체를 막고 법정 싸움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전례 없는 일”로 규정하며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는 현장조사 거부에 대해 최대 2억원의 과태료 부과는 물론, 방해 행위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향후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관행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이나 본안 소송을 인용할 경우,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및 대리점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불시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반대로 법원이 공정위의 증거인멸 우려 판단을 정당하다고 볼 경우, 쿠팡은 사상 초유의 '조사 거부 기업'이라는 낙인과 함께 강력한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