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기존 뇌파 검사의 고질적 한계였던 ‘측정 시점의 컨디션 변동’을 극복하고,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뇌세포의 복원력을 측정해 '알츠하이머 치매'와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를 최대 95% 정확도로 가려내는 혁신 진단 기술이 세계 최대 알츠하이머 학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MCI는 정상적인 노화에 비해 기억력이나 사고력 등 인지기능이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이며, 일부는 치매로 진행할 수 있지만 모든 MCI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 바이오 전문 벤처기업 (주)메그노시스(대표 이순혁)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7월12일~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 2026 London)’에 참가해 ‘반응성 뇌파(Reactive EEG, Reactive Electroencephalography)’ 기반의 치매 조기 진단 및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는 전 세계 신경퇴행성 질환 석학과 글로벌 빅파마들이 결집해 최신 신약 임상과 조기 진단 기술을 공유하는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다.
■ 기존 뇌파 한계 넘은 ‘반응성 뇌파’…뇌세포 이온 항상성으로 퇴행 판별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자발성 뇌파(EEG) 검사는 뇌세포에서 자연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환자의 수면 부족, 신체적 피로도, 당일 심리 상태 등에 따라 정상인임에도 초기 치매와 유사한 이상 패턴이 나타나는 ‘위양성’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반응성 뇌파(rEEG)’는 이 같은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외부에서 뇌에 미세한 전기장(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미세 전류)을 가한 뒤, 이에 반응해 뇌세포가 나타내는 전기화학적 신호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외부 자극에 대해 뇌세포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이온 항상성(ion homeostasis)’ 및 전기화학적 회복력을 평가하는 원리다. 정상 뇌세포는 외부 자극에 안정적인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신경 퇴행이 진행된 손상 뇌세포는 복원 능력이 크게 저하되는 특성을 객관적 수치로 포착한다.
■ 정상·MCI·치매 진단 정확도 93~95%…3단계 다중 분류도 90% 달성
이번 AAIC 2026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는 독립된 코호트 검증을 통해 매우 높은 진단 정확도를 입증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밀 신경심리검사(MMSE, CERAD-K, CDR 등)와 뇌 MRI를 통해 확진된 총 105명의 고령 코호트(cohort, 알츠하이머 환자 45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30명, 정상 대조군 30명)를 대상으로 메그노시스의 20채널 뇌 자극·측정 시스템 ‘디아스팀20(Diastim20)’을 활용해 반응성 뇌파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반응성 뇌파 바이오마커의 진단 성능은 △정상군과 경도인지장애(MCI) 구분 정확도 95% △정상군과 알츠하이머 치매 구분 정확도 95%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구분 정확도 93%를 기록했다. 아울러 정상, MCI, 치매를 동시에 분별해내는 3단계 다중 클래스(Multiclass) 분류 정확도에서도 90%라는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주파수 대역별 뇌 임피던스 분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고주파 대역 임피던스(Z-HFB, Z-HFB·High-Frequency Band Impedance)는 정상군과 질환군(MCI·치매)을 분별하는 데 유효했으며, 저주파 대역 임피던스(Z-LFB)는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를 세부적으로 감별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두 대역의 임피던스 변화가 동시 관찰되어 질환 진행 단계별 예후 평가 가능성도 확인됐다.
■ 글로벌 SCI 등재 이어 세계 학회 인정…치매 조기 스크리닝 판도 바꿀까
이번 연구는 메그노시스 이순혁 대표·성은영 이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한지원 교수, 하버드 의과대학 방사선과 최학수 교수가 공동으로 이끌었다.
연구진은 앞서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한창태 교수팀과 수행한 초기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초 바이오센서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인팩트 팩터 10.61)에 논문을 등재시키며 기술적 우수성을 학술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최근 레켐비(레카네맙) 등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본격 상용화됨에 따라 조기 진단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에 이번 기술이 제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비용의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나 침습적인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검사에 앞서, 1차 의료기관에서도 간편하고 비침습적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조기 스크리닝 툴’로서의 상업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뇌 속에 쌓인 알츠하이머 유발 독성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을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는 검사다. 정확도가 매우 높지만, 회당 100만원을 웃도는 고비용과 방사선 노출 부담, 특수 장비가 갖춰진 대형병원에서만 검사가 가능하다는 접근성 한계가 있다.
뇌척수액(CSF) 검사는 허리(요추) 척추뼈 사이에 바늘을 찔러 뇌척수액을 채취한 뒤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검사다. 체내에 바늘을 직접 삽입하는 '침습적(Invasive)' 방식이어서 환자의 통증과 신체적 부담이 크고 감염 위험 등 시술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 현장에서는 고비용·침습적 정밀 검사를 받기 전, 1차 의료기관에서도 간편하고 안전하게 고위험군을 걸러낼 수 있는 비침습적 조기 스크리닝 기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바이오 전문가는 “반응성 뇌파는 기존 정적 뇌파 검사의 불확실성을 생체 항상성 반응이라는 객관적 지표로 해결했다”며 “향후 대규모 다기관 임상과 인허가 절차가 본격화되면 치매 스크리닝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