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사상 최대인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의 첫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절대적인 금액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규모지만, 발표 전 시장의 기대가 워낙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규모가 15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일부에서는 최대 200조원까지 가능하다는 예상도 제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회사가 제시한 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이 90조~110조원으로 나오자 시장에서는 일단 눈높이를 낮추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90조~110조원 자체가 작은 금액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약속했던 ‘2024~2026년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2024~2025년 이미 집행한 29조3000억원을 더하면 3년간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120조~14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시장의 관심은 ‘얼마를 돌려주느냐’에서 ‘어떤 방식으로 돌려주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3분기에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세부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이후 남게 되는 약 60조~80조원의 주주환원 재원은 올해 실적이 최종 확정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 결정한다.
결국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남은 60조~80조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에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되느냐다. 특히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에도 배당보다는 자사주 소각을 확대해달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태다.
■ 사상 최대인데 왜 배당보다 ‘소각’을 원할까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은 모두 주주환원이지만 주식시장이 받아들이는 효과에는 차이가 있다.
배당은 회사가 가진 현금을 주주에게 직접 지급한다. 주주는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배당이 끝나면 그 효과도 일회성에 가깝다.
반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회사의 전체 발행주식 수 자체가 줄어든다. 기업가치가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주식 한 주가 차지하는 몫이 커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서 장기적인 주당 가치 상승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을 선호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소각하고 싶어도 SK하이닉스처럼 단순하게 결정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보통주 소각하면 삼성생명·화재 지분율이 올라간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 매입·소각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금산법 10% 규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약 8.51%, 1.49%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치면 약 10%로, 지난해 7월 기준 세부 계산상 9.99999998%에 달했다. 사실상 금산법상 한도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할 경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두 회사의 지분율은 자동으로 상승한다. 이 경우 합산 지분율이 10%를 넘어설 수 있어 금융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처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약 624만주와 109만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규모는 각각 약 1조3020억원과 2275억원으로 총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당시 두 회사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높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산법 위반 위험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보통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매각이 함께 뒤따를 수 있다.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방식이 단순한 자사주 소각 확대보다는 현금배당이나 우선주 매입·소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뉠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다.
■ 그래서 ‘삼성전자우’가 떠오른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삼성전자 우선주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다. 삼성전자가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의결권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지는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증권가에서 이번 삼성전자 주주환원 과정에서 과거보다 우선주 매입·소각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차이도 변수다. 최근 삼성전자 보통주는 우선주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금액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우선주를 더 많이 사서 없앨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을 때 우선주 자사주 매입 비중을 높였던 전례가 있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가 우선주를 얼마만큼 매입·소각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현재 확정된 것은 올해 3분기 약 30조원의 현금배당 계획이며, 나머지 재원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비율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결국 삼성전자 주주환원의 진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90조~110조원이라는 절대 규모보다는 남은 60조~80조원 가운데 얼마를 배당으로 지급하고, 얼마를 보통주와 우선주 매입·소각에 투입할지가 중요하다.
시장 기대보다 낮은 총액과 현금배당 중심의 초기 계획이 단기적으로는 실망 요인이 됐지만, 내년 1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평가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 ‘110조원이 적으냐 많으냐’보다 ‘그 돈으로 주식 수를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를 바라보는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