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SK하이닉스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 개장 직후 또다시 하한가로 거래를 시작했다. 불과 11주가 체결되며 만들어진 가격이었다. 열흘도 되지 않아 비슷한 이상 체결이 두 차례 발생하면서 NXT의 시초가 형성 방식과 시장 안정 장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8월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6일) 오전 8시 NXT 프리마켓 개장 직후 전날 한국거래소 정규장 종가 166만8000원보다 29.97% 낮은 116만8000원에 거래됐다. 체결 수량은 11주, 거래금액은 총 1284만8000원에 불과했다. 첫 거래 이후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했고, 이후 주가는 빠르게 낙폭을 3%대 후반으로 줄였다.
■ 주문 모으는 KRX, 곧바로 체결하는 NXT
이 같은 이상 가격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거래소와 NXT의 서로 다른 시초가 결정 방식이 있다. 한국거래소 정규시장은 개장 전에 접수된 주문을 모은 뒤 매수·매도 주문이 가장 많이 맞아떨어지는 하나의 가격으로 시초가를 결정한다. 반면 NXT 프리마켓은 오전 8시부터 주문 접수와 거래가 동시에 시작되며 매수와 매도 가격이 일치하면 곧바로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식을 사용한다.
개장 직후에는 매수·매도 호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만큼 소량의 주문만으로도 첫 체결 가격이 상한가나 하한가에 형성될 수 있다. 이번에도 단 11주의 거래가 SK하이닉스의 프리마켓 시초가를 하한가로 만들었다.
현재 NXT에 VI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전 체결가격보다 주가가 갑자기 크게 움직일 때 작동하는 동적 VI는 운영 중이다. 다만 전일 종가 등 기준가격과 비교해 누적 급등락을 막는 정적 VI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특히, 동적 VI는 기본적으로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개장 직후 첫 거래가 극단적인 가격에 체결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NXT의 현행 동적 VI는 발동 시 2분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방식이다.
■ 지난달에는 1주가 해외서 800억원대 강제청산 촉발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7월28일 오전 8시에는 SK하이닉스 주식 단 1주가 전 거래일 종가 181만6000원보다 29.96% 낮은 하한가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국내 현물 가격은 곧바로 17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하한가가 해외 파생시장에 전달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플랫폼 트레이드닷엑스와이즈(Trade.xyz)는 하이퍼리퀴드의 HIP-3 구조를 이용해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선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증시 거래시간에는 NXT 등 외부 시장에서 체결 가능한 가격을 환율로 환산해 파생상품의 오라클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다.
오라클은 파생상품의 가격 산정과 강제청산 판단에 사용되는 외부 가격 정보다. 문제의 127만2000원 체결가가 오라클에 반영되면서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 가격은 17.9%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롱 포지션 5740만달러, 당시 환율로 약 800억원대 규모가 강제 청산됐다.
이는 800억원 전액이 투자자의 확정 손실로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닌, 강제청산된 포지션의 명목 규모가 5740만달러였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 현물시장에서 127만2000원짜리 주식 1주의 순간 체결이 해외 레버리지 시장에서 대규모 자동청산으로 증폭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이 누군가의 의도적인 가격 조작이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NXT 프리마켓에서도 1주 단위의 상·하한가 최초 체결이 반복됐고, 금융당국은 주문 실수뿐 아니라 얇은 호가를 이용한 고의적 시세 교란 가능성도 들여다본 바 있다.
■ 현물시장과 24시간 파생시장의 ‘속도 차이’
국내 현물시장에서는 이상 가격이 발생하더라도 VI가 작동하거나 추가 주문이 유입되면서 빠르게 정상 가격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24시간 돌아가는 해외 가상자산 파생시장은 국내 시장의 안정화 과정과 별개로 가격을 계속 갱신하고 자동청산을 실행한다.
거래량이 극히 적은 단 한 번의 체결가격을 기초자산의 대표가격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러 시장의 평균가격이나 최소 거래량 요건을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트레이드닷엑스와이즈는 7월28일 사건 이후 이상 가격에 따른 청산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프리마켓 가격의 반영 비중을 낮추거나 일정 거래량을 충족하지 못한 단일 체결을 청산 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오라클 설계 자체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XT는 오는 9월 4일부터 정적 VI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전일 종가 등 기준가격보다 주가가 10% 이상 급변할 경우 즉시 체결하지 않고 2분간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을 산출하는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전환한다. 동적 VI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다만 정적 VI가 도입되더라도 한계는 남는다. 정적 VI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 예상될 때 2분간 주문을 모아 가격을 다시 형성할 시간을 주는 장치일 뿐, 프리마켓 개장 직후의 얇은 호가와 부족한 유동성 자체를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2분 동안에도 충분한 매수·매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소량 주문의 영향력이 여전히 커질 수 있고, 실제 기업가치와 동떨어진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정적 VI 도입과 함께 개장 직후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강화하고, 최소 거래량을 충족하지 못한 단일 체결가가 해외 파생상품의 기준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별도의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국내 시장에서 일어난 소량의 이상 체결이 국경과 시장을 넘어 대규모 파생상품 청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거래시간이 길어지고 전통 금융자산과 가상자산 시장의 연결이 확대될수록, 단순히 거래가 성립한 ‘유효한 가격’인지뿐 아니라 시장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가격’인지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