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증시가 기관 투자자의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상승 가도를 달렸다. 장중 한때 코스피 지수가 7700선을 단숨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급격한 지수 상승으로 인해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 양대 시장 모두에서 주식을 더 이상 사지 못하게 막는 ‘매수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되는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그러나 표면적인 급등세 뒤편에서는 차가운 수싸움이 전개됐다. 장중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 상승에 동참하는 듯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감 직전 무서운 속도로 매도 폭탄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지수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7500선 아래에서 멈춰 섰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SK하이닉스 한 종목에서 1조7000억 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져 나와 그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기관의 '1조 화력'이 쏘아 올린 대폭등…사이드카 발동
7월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4.03포인트(2.52%) 급등한 7475.94에 장을 마감했다.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전장보다 무려 260.58포인트(3.57%) 갭업한 7552.49로 개장한 코스피는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7700선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기관이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319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하드캐리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금융투자 계정에서만 1조1193억 원의 순매수가 유입되며 단기성 프로그램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었음을 시사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7728억 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고, 외국인 역시 막판에 변심하며 3,299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3.43포인트(5.47%) 폭등한 837.4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관은 홀로 582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폭등을 이끌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246억원, 1597억원을 순매도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대 시장이 이처럼 동반 폭등하면서 프로그램 매매 호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매수 사이드카'가 전격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매수 사이드카가 울리면서, 올해 누적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무려 53회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 외인의 ‘SK하이닉스 1.7조 폭탄 매도’…그 뒤에 숨겨진 차익거래 전략
이날 시황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현상은 시장이 2~5%대 폭등세를 연출하는 와중에 대장주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약보합 마감)에서 외국인의 거대한 매도세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 전체에서 3299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지만, SK하이닉스 단 한 종목에서만 무려 1조7181억 원의 순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역설적으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을 통틀어 순매수 1위 종목이 SK하이닉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국내 자금이 온몸으로 받아낸 격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리스크가 생긴 것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이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단행되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스케줄에 맞춘 외국인 계정의 고도화된 차익거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에 ADR 형태로 상장하게 되면, 글로벌 펀드와 현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어 나스닥 ADR 가격이 한국 본주 가격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ADR 프리미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지분을 대량 매도해 현금을 확보한 뒤, 밤사이에 열리는 나스닥 시장에서 프리미엄 형성이 기대되는 ADR을 매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다른 반도체 및 대형주에 대해서는 매수 가속도를 높였다. 같은 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937억원 순매수했으며, 삼성전기(1503억원), 삼성전자우(1102억원), SK스퀘어(1086억원) 등을 포트폴리오에 쓸어 담았다. 하이닉스 매도는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미국 상장 이벤트용 물량 이동’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 소부장·금융주의 화려한 부활 vs 바이오 대형주의 눈물
업종별·종목별로는 그야말로 눈부신 순환매 장세와 극단적인 명암 대비가 연출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KB금융이 7%대 급등세를 보였고, 두산에너빌리티, SK스퀘어, 삼성전기가 각각 6%대 강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외인의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2%대 상승하며 지수 하단을 든든하게 받쳤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기기(9%대), 건설(6%대), 증권·기계·금융(5%대) 등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닥 시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피에스케이가 무려 24%대 폭등세를 기록했고, 원익IPS(19%대), 이오테크닉스(10%대), 주성엔지니어링(7%대) 등 장비주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이차전지 대형주인 에코프로비엠(9%대)과 에코프로(8%대)도 숏커버링성 매수세가 유입되며 힘을 보탰다.
반면, 바이오 섹터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고개를 숙였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인 HLB가 미국 FDA의 간암 신약 승인 보류(보완요구서한 수령) 소식에 직격탄을 맞으며 장 내내 하한가에 갇혀 거래됐다. 이 여파로 코스닥 제약 업종은 지수 폭등 속에서도 홀로 3%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금융 시장의 안정을 대변하듯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7원 내린 1,501.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하며 다소 진정되는 국면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