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한국 경제가 전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이라는 강력한 메가트렌드를 타고 ‘구조적 확장 국면’에 안착했다. 글로벌 기술 수요를 독식 중인 반도체의 역대급 수출 랠리가 내수와 유가 리스크를 압도하면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국제기구들이 한국의 거시경제 지표를 일제히 수정하고 나섰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컨센서스는 사상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7월10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 등 글로벌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3.0%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2.8%)보다 0.2%p 높아진 수치이자 지난해 말 평균 전망치(2.0%)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무려 1.0%p가 수직 상승한 대전환이다.
글로벌 IB의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부 기관별 조정폭은 더 공격적이다.
JP모건은 기존 3.0%에서 한 달 만에 0.7%p를 끌어올린 3.7%를 제시하며 상향 랠리를 주도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3.5%로 상향 조정해 3%대 중후반 성장을 전망했다. 또 네덜란드 ING은행과 영국 리서치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 등 일부 민간 싱크 탱크는 최고 4.0%라는 파격적인 수치를 과감히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실물 경제 데이터의 ‘상상 그 이상’의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1022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건국 이래 최초로 ‘월 수출 1000억 달러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액만 448억2000만 달러에 달해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수출 신기록은 경상수지의 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한국의 올해 명목 GDP 대비 경상흑자율 전망치를 종전 대비 2배 이상 뛰어오른 14%로 책정했다. 반도체 수출 단가 상승과 고부가가치 AI 칩 공급 독점력이 한국 경제에 막대한 외환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8일 발표한 ‘7월 아시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2.6%로 0.7%p 대폭 올렸다. 이는 직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성장률을 주요 30개국 중 최대 폭인 2.6%로 조정한 것과 일치했다.
ADB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우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로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 전체 성장률(4.9%)은 오히려 0.2%p 하향 조정했다”면서도 “한국, 대만(9.5%), 싱가포르(3.2%) 등 선진 IT 공급망 국가들은 글로벌 AI 디바이스 및 서버 수요 증가에 힘입어 리스크를 완벽하게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고유가 여파를 반영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3%에서 2.7%로 상향 조정됐다.
앞서 IMF는 지난 8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수정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였던 1.9%보다 0.7%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이번 전망 대상 30개국 가운데 가장 큰 상향폭이다. IMF는 “한국을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AI 하드웨어 순수출 상위 4개국으로 분류하면서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음에도 반도체·AI 하드웨어 수출 실적이 부정적 영향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기가 예상 경로를 대폭 상회하자 통화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3.0% 수준으로 상향할 것이 확실시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1분기 GDP 잠정치가 1.8%로 속보치를 상회한 만큼 기계적으로라도 연간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세가 잠재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원화 약세 압력과 물가 상방 위험을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은행은 이달(7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인상하며 긴축 사이클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을 바탕으로 물가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하반기에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한은이 7월을 시작으로 10월, 내년 1월과 4월 등 분기별로 연속 금리를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구체적인 통화정책 로드맵을 제시하며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반도체가 이끄는 외형적 대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거시적 이면에는 리스크 요인도 여전하다. 구체적으로 미국발 보호 무역주의 관세 부과 리스크, 장기화되는 중동 공급망 교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소비 및 주식시장 변동성 등은 하반기 한국 경제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지금의 수출 호조기에 축적된 재정·통화 여력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및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내야 경제 잠재성장률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