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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4 (목)

[윤철순 칼럼] 울산항, '화물항' 넘어 '국가전략플랫폼'

북극항로 특별법 시대 개막... 친환경 연료·AI 물류·에너지 안보 결합
기후위기가 바꾼 새 해양질서... 울산항, 동북아 전략 거점 도전장

 

 

윤철순 칼럼니스트 |  기후위기가 세계 해양 질서를 흔들고 있다. 얼어붙어 있던 북극 바다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국제 물류와 에너지 전략의 판도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국도 마침내 이 변화에 국가 차원의 첫 발을 내디뎠다.

 

국회는 5월7일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북극항로를 단순 해운 노선이 아닌 조선·에너지·항만·물류·극지기술 산업과 연결된 국가 전략산업으로 공식 규정한 첫 입법이다. 사실상 ‘한국형 북극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울산에서는 울산항만공사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북극항로 시대, 울산항 탄소중립 에너지 물류허브 구축 전략’ 포럼이 열렸다. 시점 상 이번 특별법 통과 후 가장 먼저 현실 전략을 제시한 현장 논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글로벌 해상 물류망은 홍해 사태와 호르무즈 리스크, 파나마 운하 가뭄까지 겹치며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북극항로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북극항로의 의미는 단순한 거리 단축에 있지 않다. 친환경 연료 공급 능력과 극지 대응 기술, 에너지 저장 역량까지 요구되는 새로운 전략 공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향후 항만 경쟁력은 단순 물동량이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울산항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울산은 국내 최대 수준의 액체화물 처리 능력과 대규모 탱크터미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까지 연결 가능한 기반 역시 확보한 상태다.

 

기존 산업 인프라 자체가 미래 친환경 연료 공급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셈이다. 변재영 울산항만공사 사장이 “항만은 단순 화물 경유지가 아니라 에너지 저장과 공급 기능을 결합한 통합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번 포럼에서 눈길을 끈 건 단순한 ‘친환경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 전략이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전까지 메탄올과 LNG가 친환경 선박연료 시장의 현실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암모니아와 수소는 중장기 과제로 접근하되, 당장은 AMP(육상전원공급장치) 확대와 항만 장비 전기화, 친환경 연료 벙커링 체계 구축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북극항로는 이제 단순 물류 이슈를 넘어 에너지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고, 러시아 역시 북극 LNG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또한 북극권 공급망과 안보 전략 강화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북극 전략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별법 통과와 울산항 전략 논의는 단순한 지역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별법에는 북극항로위원회 설치와 기본계획 수립, 재정·금융 지원,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양성 체계까지 담겼다. 여기에 울산항이 추진 중인 친환경 연료 벙커링 허브와 AI 기반 스마트 물류, 전략 비축기지 구축 전략 등이 결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세계는 기후위기로 인해 역설적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고 있다. 녹아내리는 북극의 얼음 위에서 미래 공급망과 에너지 패권 경쟁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해상운송의 미래는 더 이상 단순한 ‘운송’이 아니다. 에너지와 안보, 공급망과 탄소중립 전략이 교차하는 거대한 지정학의 무대다. 울산항이 ‘단순 산업 지원 항만’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해양·에너지 전략의 전진기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윤철순 경제타임스 전문위원 / 에너지안보환경협회 대외협력소통위원장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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