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5월8일, 한국 자본시장은 역사에 남을 만한 '수급 전쟁'을 치러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 3위 규모의 기록적인 매도 물량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이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코스피 지수를 또다시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 역대 3위 ‘매도 폭탄’…장중 7300선 붕괴 위기 딛고 반전
이날 코스피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전일 대비 7.95포인트(0.11%) 오른 7498.00으로 마감하며 나흘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 초반 분위기는 공포에 가까웠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무려 5조5539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는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이 여파로 지수는 한때 7318.96까지 밀리며 7300선 붕괴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 개미와 ETF의 ‘동맹’…외인 물량 5조 원 그대로 ‘흡수’
위기의 코스피를 구한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홀로 3조9466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여기에 기관이 1조 5403억 원을 보탰다. 주목할 점은 기관 매수세의 실체다. 이날 금융투자 부문에서 유입된 1조 8090억 원의 상당수는 개인들이 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자금으로 분석된다.
개인이 ETF를 사면 유동성공급자(LP)가 주식을 사야 하는 구조 덕분에, 사실상 5조 원이 넘는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개별 종목 매수와 ETF라는 두 개의 방패로 막아낸 셈이다.
■ 삼성전자·하이닉스 ‘손바뀜’…로봇·자동차로 번진 순환매
수급 전쟁의 최전선은 반도체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2.5조원)와 SK하이닉스(2조원) 두 종목에서만 4.5조원 이상을 매도했다. 하지만 개인 역시 삼성전자 2.2조원, SK하이닉스 1.4조원을 순매수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반도체가 거대한 손바뀜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증시의 주인공은 자동차와 로봇이 꿰찼다.
현대차(+7.17%)는 실적 기대감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맞물리며 급등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나닥 상장 추진 소식에 레인보우로보틱스(+12.48%) 등 로봇주 전반에 불이 붙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 쉬어가는 구간에서 로봇과 자동차 등 소외 업종으로 순환매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기대감이 관련 밸류체인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 1470원 돌파한 환율…환차익 매물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시의 상승 마감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7원 급등한 1471.7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달러 환전 수요로 이어졌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추가 매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와, 수출 기업들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지점이라고 평가한다.
■ 코스닥도 1200선 안착…로봇·바이오 ‘쌍끌이’
코스닥 시장 역시 개인의 매도를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내며 0.71% 상승한 1207.72로 마감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코오롱티슈진(+11.52%) 등 로봇과 바이오 대형주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며 시장의 기초체력을 증명했다.
































